1. 나는 어떤 정보에 대해 알고 있는데 상대방은 전혀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할 때,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할 때 더욱 그렇다. "이걸 왜 몰라?"
2. 부부간, 부모 자식 간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부모가 자식 공부시킬 때에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도 모르냐?" 라던가 "그걸 왜 모르냐?" 라고 한심해한다. (우리 오빠 생각나네)
3. 조직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계속 교육하지만 부하직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4. 이같은 상황에 대한 심리학적 전문 용어가 '지식의 저주'다.
5. 1990년 엘리자베스 뉴턴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간단한 놀이에 관한 논문으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땄다. 실험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6. 실험에 참가한 두 무리의 사람들에게 각각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역할을 준다.
7. 두드리는 사람은 생일 축하노래나 미국국가 같은 누구나 알고 있는 25개의 노래가 적힌 목록을 받았는데, 그들의 임무는 목록에 적힌 노래 가운데 하나를 골라 노래의 리듬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이다.
8. 듣는 사람은 두드리는 사람이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노래의 제목을 맞춰야 했다.
9. 뉴턴의 실험과정에서 선택된 노래는 모두 120개 였는데 듣는 사람들은 그 중 겨우 2.5%, 즉 단 세 개의 노래밖에 맞히지 못했다.
10. 하지만 뉴턴은 두드리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정답을 맞힐 확률을 짐작해 보라고 했는데, 두드리는 사람들의 대답은 50%였다.
11. 실제로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한 확률은 마흔 번 가운데 한 번에 불과했음에도, 두드리는 사람들은 가능성을 반반으로 생각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2. 두드리는 사람들은 테이블을 두드릴 때 머릿속에서 노랫소리를 듣는다. 머릿속에서 익숙한 선율이 흐른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게는 그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귀에 들리는 것은 조금 이상한 모스 부호처럼 아무런 의미도 없는 딱딱 소리 뿐이다.
13. 일단 정보를 알게 되면 정보를 습득한 사람은 더 이상 '알지 못한다'는 느낌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게 바로 지식의 저주이다.
14. 일단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정보가 '저주'를 내린 셈이다. 또한 이러한 저주는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이제 듣는 사람의 심정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15.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게임은 날마다 세계 곳곳에서 재현되고 있다. 그들은 회사의 CEO와 일선 직원들이고, 교사와 학생이며, 정치가와 유권자, 마케터와 고객, 작가와 독자다. 이들은 모두 의사소통에 깊이 기대고 있지만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처럼 엄청난 정보의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의 CEO가 '주주가치의 극대화'라고 말할 때 그의 머릿속에는 아래 직원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멜로디가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16. CEO는 30년동안 날마다 비즈니스적인 논리와 관습을 되새김질했을 테고,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배우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17. '지식의 저주'로부터 확실히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두 가지 뿐이다. 첫째는 아예 일치감치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메시지를 받아들여 변형하는 것이다.
18. 상대방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의 저주의 상태에서는 상대방을 비판하기보다는 먼저 그 지식의 저주를 풀어야 한다. 먼저 자기가 어떻게 그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19. 따라서 내가 알고, 상대방이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가르치려고 할 때 그 지식의 핵심가치는 공유하기 어렵다. 먼저 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 지식의 공유에는 지혜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참조 : "스틱!", 칩 히스 & 댄 히스, 웅진윙스,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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