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감각과 기억의 관계는.
A. 감각은 기억을 남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중 시각은 대부분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감각이다. 한 연구는 평상시 약 70% 이상 감각 신호를 수용하는 담당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간이 태어나 처음 접하는 기본적인 감각은 시각이 아니다. 우리가 태어났을 때 눈과 이것을 인지하는 뇌의 모습에 비해 이를 구성하는 신경세포가 덜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후 1개월 이후나 돼서야 사물의 형태를 구별한다. 그렇다고 인간이 시각을 통한 자극이 없는 한 달 동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신경생물학연구실 연구진은 같은 어휘를 기억하는 데 있어 우리의 뇌가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반면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 부분을 다른 기능을 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그 능력이 일반인에 비해 높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어휘에 대한 기억력 테스트에서 선천적 시각장애인들이 정상인에 비해 약 20~35% 단어를 더 기억하는 결과를 보인 것이다. 사물을 기억하기 위한 또 다른 감각을 활용하고 발달시킨 결과다.
Q. 후각 경험과 기억의 관계는.
A.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들렌을 먹던 주인공이 마들렌 향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는 데에서 따와 '프루스트 효과'라고도 한다. 냄새는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에 발현하는 후각 수용체에 의해 그에 대한 정보 처리가 진행되는데, 시각이나 청각을 통한 감각 정보들이 모두 시상을 거쳐 대뇌로 이동하는 반면 후각을 통한 정보는 변연계라고 하는 곳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변연계는 간뇌 위치에서 시상하부와 편도체, 해마로 구성된 기관으로,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다. 다른 감각과 달리 후각에 연계된 기억이 감정의 기억을 동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향기를 맡으면 단순히 그 향을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그때 감정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또 편도체는 후각의 자극을 통해 장기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를 더 자극하기 때문에 향과 함께 기억된 것은 장기 기억화되기 쉽다.
* 시각/청각을 통한 감각 정보 -> 시상을 거쳐 대뇌로 이동
* 후각을 통한 정보 -> 변연계라고 하는 곳으로 신호를 전달
변연계 ? 시상하부와 편도체, 해마로 구성된 기관 => 뇌에서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
Q. 기억은 어떻게 뇌에 저장되나요.
A. 뇌에는 엄청나게 많은 신경세포(뉴런)가 있는데 추산되는 그 수는 1000억개 정도로 다른 체세포와 달리 신경세포엔 매우 많은 가지(가지돌기와 축삭)들이 뻗어 서로 연결돼 있다. 인간의 기억은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에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자극이 되어 신경세포에 기록되는 과정에서 저장, 유지, 회상으로 나뉘는 재구성 과정을 거쳐 '기억'으로 남는다. 그중에서도 수십 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기억은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을 통해 시냅스의 구조가 단단해지는 경화(응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억에 정보가 추가되거나 수정될 때도 단백질 분해와 재합성이 일어나는데 과학자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기억을 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4년 상처받은 기억을 선별적으로 없앤다는 내용의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하지만 최근 과학기술로 영화의 모티프를 현실화할 수 있을 법한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KAIST 생명과학과와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생쥐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이노시톨이라는 효소를 제거한 결과 학습을 통해 얻은 공포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기억이 뇌에 저장되기 전에 지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응고화'라는 과정을 통한 단기 기억의 장기 기억화 과정을 방해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Q. 자전거 타는 방법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A.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도 있다. 뇌가 무언가를 기억하는 방법에는 절차적 기억(prodedural memory)과 선언적 기억(declarative memory)이 있다. 두 기억법은 사용하는 뇌의 위치가 다르다. 절차적 기억은 소뇌를 포함한 조가비핵이나 미상핵을 사용한다. 절차적 기억이란 반복된 신호가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시냅스를 강화하면서 동적 행위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새로 알게 된 정보를 바로 입력하는 단기 저장소인 뇌피질 겉 표면은 반복된 정보의 자극에 의해 자극을 전달하는 길에 익숙해지는데 그렇게 동작에 의한 자극으로 신경이 반복된 자극을 받으며 몸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절차적 기억에 속하는 행위들, 자전거 타기, 악기 연주, 걷기 등은 그 동작으로 인해 의식이 방해받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관 출입번호를 언어로 표현해야 할 때 샵(#)과 별(*) 버튼을 헷갈려 하지만 정작 문 앞에서 손가락으로 키를 누르듯 흉내를 낼 때 쉽게 기억한다.
또 다른 장기 기억법은 선언적 기억법으로 해마를 포함한 뇌의 측두엽에 저장되는데 스스로가 그 기억을 하고 싶어서 기억을 하는 형태의 기억이다. 그렇기에 기억을 저장하는 주체가 소뇌가 아닌 해마다. 교육을 통해 풀어 이해하고 외워서 얻은 지식이 기억으로 남거나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기억을 의미하기에 말 그대로 지식, 알고 있는 것들, 설명, 회상 가능한 것들을 말한다. 다음주 기말고사를 앞둔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기억법이다.
[원은지 한양대 해양·대기과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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